생활기록부/다기능 인간의 꿈

[반려식물] 촛불맨드라미 맨들맨들 기르기 1.5 주차의 기록

흿세 2021. 6. 10. 18:50
말이 안 통하는 존재를 기르는 것은 끝없는 자신과의 스무고개임을 이미 알고 있었는데...

 

촛불맨드라미(맨들맨들♥)를 데려오고부터 약 12일동안 3일에 1번 총 4번 물을 주었다.

꽃집 사장님께서 물주는 주기를 3일에 한 번 정도로 알려주시기도 했고 과습으로 식물이 죽는 경우도 흔하다고 하니 조심스러운 마음에 3일에 한 번이라는 주기를 꼭꼭 지켜서 물을 주었다.

 

  • 첫번째 물주기

처음 물을 줬을 때는 아무래도 얼마나 물을 줘야하는지 잘 몰라서 손을 오목하게 만들어 7~8번 그래도 맨들맨들이 심어진 흙이 촉촉하게 젔었다 싶을 정도로 주었다.

과습으로 인한 사망이 두려운 나머지 조금은 소심한 물주기였지만.. 그래도 맨들맨들의 상황을 봐가며 추가로 물을 주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첫 3일 동안에는 맨들맨들이의 줄기 아랫쪽에 난 이파리들이 마르고 노랗게 변하더니 떨어졌다.

사실 그 이파리들은 데려올 때부터 이미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최근 날씨는 하루 비가 오면 다음날은 또 해가 쨍쨍했기 때문에 해가 나는대로 햇빛을 쪼이고 바람을 맞춰주었다.

 

  • 두번째, 세번째 물주기 

두번째 물주기, 세번째 물주기부터는 조금 더 과감하게 물을 주기 시작했다.

지난 봄에 할머니 댁 밭에서 여러 작물을 키울 때를 생각해보면 물을 줄 때 정말 흠뻑 주어야 했던 것이 생각이나서 그리고 또 햇볕이 좋은 날 광합성을 하라고 밖에다 두고 다시 안으로 들이면 잎이 조금 버석하게 마르는 걸 보니 물을 줄 때 충분히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화장실로 데려가 샤워기로 물을 흠뻑 뿌려주었다.

약 한 주 동안 관찰을 해보니 이전처럼 색이 노랗게 변하는 속도가 빠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마르는 잎이 있었고 특히 물을 주는 주기가 오기 하루 전에는 전반적으로 이미 조금 잎이 말라보였다.

이 때부터 맨들맨들의 과습사와 수분부족으로 인한 사망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추는 게 좋을지 고민이 깊어져갔다.

맨들맨들이 심어져있는 흙을 손으로 만져가며 물이 필요한지 아닌지 판단하면 충분히 잘 기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 네번째 물주기

오늘 네번째 물을 주었다. 노랗게 변한 이파리가 하나 더 생겼다. 이번엔 위쪽에 있는 이파리라서 괜히 사안이 더 심각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촛불맨드라미 꽃들 중 가장 윗부분에 있는 주황색 꽃의 가장 뾰족한 부분이 조금 말라비틀어진 꼴이 되어서 그냥 물의 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물을 주는 방식, 물을 주는 주기, 화분의 크기, 흙의 종류에 대해서 조금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물주기 전 맨들맨들이. 아랫쪽에 조금 마른 잎과 주황색 꽃의 끄트머리가 살짝 말라 비틀어진 것이 보인다.
주황색 꽃 바로 옆으로 마른 잎이 잘 보인다 하.... 안돼.. 꽃잎의 끝이 마른 것도 더 잘보인다.. 하ㅜㅜ

 

조금 전에 물을 주고나서 알게 된 정보인데 물을 줄 때는 꽃에 안닿게 흙에 물을 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ㅎ.. 이미 위에서 흠뻑 젖도록 뿌려줬는데.. 다음부턴 잘할게.. 맨들맨들아.

그리고 지난번에 고민한다던 촛불맨드라미의 이름은 그냥 맨들맨들이 되었다. 이미 12일간 '맨들맨들 보러가야지~'라고 말했기 때문에 그냥 맨들맨들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아직 생각 뿐이고 꽃집 사장님께 여쭈어보고 진행할 일이지만 혹시라도 빈 화분 하나를 더 들여서 맨드라미를 둘로 나눠 기르게 된다면 하나는 맨들이고 다른 하나는 맨들맨들로 이름을 붙여줄까 아니면 맨들원 맨들투 (쪼금 진부하지만 귀여웡) 그렇게 이름을 붙일까 생각중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나의 고민들이 참 작게 느껴지고 사소해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초보 식물집사는 7살짜리 아이처럼 '왜?'를 달고 살 수 밖에 없다.

물론 실제 7살은 아니니까 나름 검색도 하고 주변에 물어가며 답을 내놓지만 실제로 실행하고 결과를 보기까지 어느 것도 답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요즘의 나는 나의 작은 식물친구 앞에서 부모도 됐다가 친구도 됐다가 의사도 된다. 또 가끔은 상담사가 되는 기분이기도 하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성실하게 말을 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애정이 필요하다.

사실 그래서 이 친구로부터 애정을 주는 법을 배우는 것도 같다.

소중한 사람에게 꽃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다만 예쁘다고만 하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제발 잘 자라주어라. 내가 잘할게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