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영 수월하지 않고 그에반해 인간의 수명은 쓸데없이 너무 길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목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
어릴 때부터 건강체질에 입원한 번 해본 적 없는 나는 아픈 것은 너무나도 싫다는 친구의 말에 의아함을 가지곤 했다. 하지만 뛰고 싶으면? 미끄럼 타고 싶으면?
실제로 나는 어려서부터 온몸에 상처와 흉터를 달고 사는 아이였다. 조금 다치더라도 그네줄 한 번 높게 뛰는 것이 좋았고 겁이 나더라도 발레를 했다던 친구가 다리를 일자로 찢는 광경을 항공샷으로 보고 싶어 농구골대에 올랐다. 그러다 살갗이 까지고 피가 나는 것에 대해 나는 내 잘못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러나 2n살의 나는 어떠한가? 최근 3년 동안은 위염(으로 추측)으로 인해 아프고 아프고 아픈 현대인의 몸뚱이 그 자체가 되었고 나는 이제서야 친구의 말을 깨달았다. 진짜 아프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라는 걸! 문제가 생기는 것은 몸 뿐만이 아니었다. 얼굴의 반을 날려먹은 상처를 몸에 내고서도 자신을 책망한 적이 없던 용감한 나는 자라며 두려움과 걱정도 키운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이젠 정말 다치기도 싫고 아프기도 싫고 무엇보다 어릴적에 내 몸과 마음이 하나처럼 움직이던 시절이 그리웠다. 그래서 나는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심장은.. 잘 터지지 않아..
하나만 꾸준히 하기에는 호기심도 많고 실증도 잘 나는 성격의 나는 지금 세가지의 운동을 번갈아 가며 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나중에 시작한 것은 바로 달리기이다. 사실 달리기는 개인적으로 정말 극혐하는 운동이었다. 난 정말 숨차는 느낌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시작을 결심해 놓고도 할까말까 엄청 고민이 많았다. 실제로 시작하고서도 꼭 꾸준하게 하지도 않았고 앞서 말했듯이 세가지 운동을 번갈아가며 하고 있기 때문에 달리기 싫으면 그냥 다른 것들을 했다.
그러다 발견한 "롱기스트런 언택트 레이스"
하.. 날씨가 좋았던 게 문제일까 공고를 읽자마자 나도 한 번 해봐야겠다. 나도 할 수 있겠다. 라는 자신감이 생겨서 덜컥 지원을 하였다.
롱기스트런 언택트 레이스가 뭘까요?
(저도 몰랐)

강아지를 기르면서 동물 나아가서는 생명, 환경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늘려가고 있는 중인데 그런 나에게 이 공고는 운명의 데스티니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마구마구 풍기었다. 요즘 내가 열심히 하고 있는 운동과 환경이라는 새로운 관심사를 다 포괄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선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롱기스트런 언택트 레이스 어플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하면 된다. 참가 신청을 하면 자동으로 쿠팡에 띄워져 있는 롱기스트런 언택트 레이스 패키지를 구매창이 뜨는데 거기서 구매를 하면 된다. 패키지 가격으로 지불한 15,000원은 국립신시도자연휴양림 내 아이오닉 포레스트 조성에 쓰인다고 한다. (쿠팡이 무료배송해준다~)


6월 20일까지 레이스에 참가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신청을 받고 7월 8일까지 레이스 패키지가 배송이 된다. 유료참가자 중 선착순 3,000명 만이 패키지를 수령할 수 있다고 하니 얼른 얼른 서둘러야 레이스 로고 박힌 티셔츠 딱 입고 완주하고 사진 딱 박고 집에 와서 비누메달 딱 목에 걸고 손 잘 씻는다 아닙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7월 9일부터 18일 사이에 원하는 날, 원하는 장소에서, 5K나 10K의 레이스 거리를 정하고 달리면 된다는 것이다. 늘 솔플하는 나에게 너무나도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가 없다.
레이스를 참가절차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롱기스트런 언택트 레이스] 앱에서 설정한 사용자 이름과 패키지 구매자 정보를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그래야 패키지를 구매한 사람과 롱기스트런 어플상의 참가 신청자가 동일 인물임이 확인 되고 참여 인증이 확실하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 러너는 걱정이 많습니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몸상태는 (훗)꽤 나쁘지 않은 정도(훗)이다. 이전에는 조금 길게 달린다 싶으면 착용하던 무릎 보호대를 차지 않고도 30분 남짓한 시간을 달리는데 문제가 없고 부주상골이 있는 왼쪽 발목도 잘 따라와 주고 있다. 더 잘 뛰고 싶어서 체중 관리를 하고 코어 근육을 키울 필요가 있어서 뛰지 않는 날에는 그런 부분들을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아무래도 거리달리기는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간 내가 해온 달리기는 [5분뛰기 + 2분걷기]를 반복하는 인터벌 달리기였다. 나에게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달리기 페이스도 인터벌 달리기를 기준으로 정한 것이었고 아마 몸도 그런 방식에 더 익숙할 것이다. 물론 거리 달리기라고 해서 인터벌 처럼 중간에 걷기를 하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욕심에 일정한 페이스로 쭉 달려보고 싶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레이스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5K를 한 번에 뛸 수 있는 나, 제법 멋져요
나는 제법 멋져지고 싶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이틀 전부터는 달리기 앱에서 5K 달리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사실 갑작스러운 난이도 상승이긴 하다. 그동안 달리기 사이사이와 전후로 걸어가며 뛰던 거리가 대략 6K였으니 말이다.

첫 달리기에는 몇 번의 쉼이 필요했다. 5K를 달리는데 약 31분 정도가 소요되었고 페이스는 이전의 인터벌 페이스보다 아주 조금 느린 편이었다. 기록을 보면 알겠지만 힘들때 잘 쉬었기 때문에 페이스가 아주 일정하다. 하지만 쉴 때 달리기 앱도 멈추고 대놓고 쉬었기 때문에 이는 보완해야한다. 걷더라도 앱 켜놓고 당당히게 나의 페이스가 느려지는 것을 받아들였어야 했는데 첫 날이라 의욕과다에 맘에 드는 레이스 기록을 갖고 싶었던 나의 욕심잌ㅋㅋㅋ 랩타임에 그득그득 드러난다. 제법 멋진 '나'가 되는 길은 험난한 것이 당연하거늘..

그래서 오늘의 달리기 기록은 조금 더 솔직하다. 첫 번째 랩타임은 웃음만 나온다. 귀에 꽂은 블루투스 이어폰이 비에 젖는 머리를 보호하려 뒤집어쓴 후드와 계속 닿아서 노래가 켜졌다 꺼졌다 난리를 치는 통에 몇번을 멈춰서느라 랩타임이 저 모양 저 꼴이 되었다. 그 이후 부터는 차근차근히 지쳐가는 나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걷기도 했는데 이틀 전처럼 아예 앉는다거나 하는 시간은 없었다. (뿌듯) 그러다 마지막 1km에서는 눈대중으로 보아 저기 있는 다리까지 가면된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서 다시 페이스가 빨라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레이스 아주 마지막에는 짧지만 가파른 언덕이 있었는데 거기를 단숨에 올라갈 땐 약간 희열도 느꼈다. 그리고 언덕을 오르자마자 레이스가 종료되었다. 역시 달리기는 마지막을 불태우는 맛이 있다.
앞으로 나는 내 컨디션이 허락한다면 격일로 뛰며 레이스 준비를 할 예정이다. 우선은 5K를 뛰고 있지만 가능하다면 10K를 뛰어 '제법 멋진 나'보다 더 멋진 내가 되고 싶다.
내가 설명한 것과 같은 언택트 레이스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진행을 하고 있는 것같다. 아직 제대로 정보를 찾아본 것은 아니지만 지난 번에 만난 지인도 노스페이스에서 하는 언택트 레이스에 강제 참여 했다고 하고(직장인이란) 달리기 어플 여기저기를 기웃대다보면 심심치 않게 언택트 레이스 관련 이벤트를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지금 소개한 [롱기스트런 언택트 레이스]에도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각자 언택트 레이스를 인증하고 피드백을 남기며 러너들끼리 동기부여를 해주는 시스템이 있다.
처음에는 개인적인 꿈인 노환으로 인한 자연사에 가까워지도록 건강하자는 생각이었지만 나 뿐만이 아닌 환경 역시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싸이클대로 살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라 생각하니까 더욱 의지가 생기고 꼭 계획대로 실행해서 멋진 레이스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잘해보자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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